목회칼럼
오늘은 맥추감사주일입니다. ‘맥추(麥秋)’, 즉 ‘보리의 가을’이라는 이름은 풍성한 결실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합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 잘 익어 고개 숙인 보리 이삭들, 첫 수확의 기쁨, 땀 흘린 노력에 대한 보상. 지난 반년 동안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보리와 같은 첫 열매들, 우리 삶의 크고 작은 응답과 성취, 지켜 주신 건강과 평안을 헤아리며 감사하는 것은 이 절기의 마땅한 기쁨이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인생이라는 밭에는, 풍성하게 익은 보리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애써 가꾸었지만 끝내 열매를 맺지 못한 실패의 아픔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이 감사의 절기에, 우리는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상처와 아픔에 신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 드려야 할까요? 보아도 보지 못한 척하며 애써 외면해야 할까요? 그리고 잘 된 것들만 모아, 하나님 앞에 그럴듯하게 내어놓아야 할까요? 우리의 실패와 상실, ‘무너짐’의 흔적들은 감사의 잔치에 어울리지 않는 부끄러운 결과물인 것일까요?
이번 주일, 우리는 바로 이 질문을 함께 생각해 봅시다. 어쩌면 하나님께서 가장 주목하시는 ‘추수’는, 우리의 눈에 보이는 풍성한 보릿단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진짜 생명의 열매는, 역설적이게도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곳에서 싹을 틔운다는 사실입니다.
한 알의 밀이 죽어야만 열매를 맺는다는 십자가의 비밀은, 우리의 실패를 어떤 눈으로 바라보아야 할 지 그 방향을 제시해 줍니다. 창에 찔린 예수님의 옆구리로부터 흘러 나온 피와 물이 우리에게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묵상해 봅시다.
보배로운 성도들이여! 맥추감사주일을 맞이하여 풍성한 보릿단을 안고 오시는 성도님들을 주님께서 기뻐 받으실 것입니다. 그러나 텅 빈 손과 무너진 마음으로 오시는 성도님 또한, 주님께서는 더 깊은 눈길로 우리를 바라봐 주십니다. 이번 맥추감사주일, 우리의 성공뿐 아니라 실패까지도 재료로 삼으시는 하나님의 신비로운 은혜를 함께 발견하며, 세상이 이해할 수 없는 가장 깊은 차원의 감사를 배우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섬김이 차은일 목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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